2010년 5월 하순 어느 토요일 오후, 경기 과천도서관에서 안양 평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버스 안에 들어섰을 때 자리 두 개가 비어 있었다. 날렵한 둘째가 잽싸게 한 자리를 차지했다. 나머지 한 자리를 첫째와 함께 해야 앉아야 했다. 그래서 평소처럼 내가 자리에 먼저 앉고 첫째를 다리 위해 앉혔다. 

버스가 곧이어 속도를 조금씩 내기 시작했다. 과천도서관에서 소방서, 정부과천청사를 지나 인덕원 부근을 향할 즈음이었다. 뒤에서 조심스레 한 마디가 들렸다.

"어렸을 적 제 아버님이 버스 속에서 저를 그렇게 자주 안고 가곤 했죠."

소리를 따라 고개를 둘려보니 나이가 지긋한 한 아주머니가 뒤 자리에 앉아 빙그레 웃고 있었다. 너무나 평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를 보고 한번 씩 웃어줬다. 버스 속 나와 첫째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아마 어릴 적 자신과 자신을 얹혀 놓은 아버지의 다정했던 한 때를 떠올렸으리라.

그날 버스 속에서 작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려 그녀를 즐겁게 했다는 생각에 그냥 웃음이 나왔다. 그 순간 마치 꽃이 된 느낌이었다. 아, 순간순간 생활 속에서 향기롭게 피는 꽃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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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용출(KIM, YONG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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