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언론과 저널리즘 내에서 방송 기자들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 또한 점점 커지고 있다. 심지어 방송 기자들의 뉴스보도와 코멘트 한 마디에 국가와 사회 정책이 변하기도 하고 때론 많은 사람들이 웃고 울기도 한다.

   이 같은 방송 기자들이 방송국 안에서 가장 맡고 싶어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바로 ‘앵커(맨)’일 것이다. 잘 알다시피, ‘앵커맨’(anchor man)은 방송에서 해설과 논평을 곁들여 뉴스를 진행하거나 뉴스쇼 사회를 맡는 사람이다. 뉴스를 잘 전달하도록 할뿐만 아니라 적절한 멘트 등으로 뉴스 보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국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물론 수많은 명사를 만나 인터뷰하고 잦은 노출 덕에 스스로 유명인이 되는 것은 덤이다.

   하지만 앵커맨에게도 우리가 잘 모르는 ‘인생 4계’가 있다. 화려하게 등장, 뉴스방송계를 주도할 수도 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부침을 겪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 또한 시간의 흐름을 빗겨갈 순 없다.

   로저 미첼 감독의 <굿모닝 에브리원>(원제 Morning Glory)에는 바로 앵커맨의 사계가 잘 드러난다. 물론 영화의 중심 스토리는 한 여성 PD가 방송국에서 고군분투하며 일하는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를 쌓으며 일과 사랑에서 모두 성공하는 얘기를 따라간다.


<굿모닝 에브리원>의 한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이하 동일.

   학벌이나 스펙이 특별하지 않은 베키 풀러(레이첼 맥아덤즈)는 미국 뉴저지에 있는 지역방송국에서 프로듀서(PD)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지만 해고되고 만다. 긴축재정에 여념 없는 윗사람들에게 딱히 보여줄 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곳에 지원서를 낸 뒤 어렵게 뉴욕의 한 거대 방송국에서 일자리를 얻는다. 맡은 프로그램은 시청률 만년 꼴찌인 모닝쇼 ‘데이 브레이크’. 그는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남자 진행자를 해고하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전설적인 앵커 마이크 폼로이(해리슨 포드)를 영입해 승부수를 던진다.

   하지만 진지하고 심각한 뉴스만 가치 있게 여기는 폼로이는 요리 등 소소한 생활 정보를 다루는 모닝쇼를 업신여기고 아무 것도 하려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시청률은 프로그램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만큼 바닥으로 떨어지고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한다.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는 기본적으로 여성PD 베키 풀러가 뉴욕의 한 방송국에서 고군분투하며 일하는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를 쌓으며 일과 사랑에서 모두 성공하는 얘기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사람은 명배우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앵커맨 마이크 폼로이다. 뉴스가 진지하던 시절, 그는 방송인들의 우상이자 국제적으로 절대 파워를 가진 기자이자 앵커였다. 전 세계 명사들을 만나고 국제 이슈에 직접 뛰어들어 수많은 특종을 보도해왔던 그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는 자신의 찬란한 인생을 뒤로 형편 없는 모닝쇼 사회를 진행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는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그가 뉴스와 팩트(fact), 진실을 아주 신성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기 때문이다. 앵커도 기본적으로 저널리스트, 리포터인 것이다. 그래서 요리나 살림살이 팁 같은 것을 방송하거나 수다스러운 공동 진행에 대해 대꾸할 생각조자 하지 않는다. 영화 내내 무표정하고 냉소적인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저널리스트로의 진정한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폼로이는 짬짬이 어느 곳인가 전화를 해서 무엇인가를 찾고, 은밀하게 사람들을 접촉하며 자신이 쫓는 진실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쇼의 진행자이면서도 그는 저널리스트인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 <인디아나 존스> <에어포스 원> <도망자> 등에서  지적인 연기와 액션을 선보인 해리슨 포드의 무표정한 표정이 너무 좋다. 그의 무표정하고 서늘한 표정은 마치 저널리스트, 저널리즘의 이성을 상징하는 듯하다.(2에서 계속)

Posted by 김용출(KIM, YONG 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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